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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6. 13:06 Life/Monolog

머리를 쥐어싸고 몇십분을 고민해서 쓴 문장을 다시 바꾼다.
좀 더 나아 보인다. 오케이.
다시 읽으면 왜 이렇게 썼지? 한다. 다시 돌아다니면서 고민해서 또 바꾼다.
흠 이제 된것 같다. 오케이. 넘어가자.
리뷰도중 이해가 안된다는 건의가 온다. 흠.. 몇번씩 수정한건데..
다시 읽으면 무슨생각으로 쓴거지 하면서 또 고친다.
7번쯤 고치면 5번째 정도는 가장 맘에 드는 문장이 나온다.
흠 10번쯤 고치면 7번째쯤 더 좋은 문장이 나올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여기서 그만 쓰면 후회하진 않을까.

논리라는 건 주관에서 흘러나오기 마련이어서 남들이 쉽게 받아들일만한 논리전개는 굉장히 어렵다.
여러사람이 내 글을 읽고 완전 다른 곳을 지목하면서 이해가 안된다고 하면 과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글을 쓸수 있을지 의문까지 들게 된다.

실제로 한 논문이 되기까지 15개의 리뷰 코멘트를 받은적이 있다. 불만들은 거의 완전 다른 부분에 대한 것이었고 그 중 3개정도는 같은 코멘트였다. 실제로 다 받아들이자면 논문이 산으로 갈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정말 자기들 만의 concern이 달랐다.

다양한 비판을 수용하는것과 자신의 논지를 지조있게 펼치는 것은 다소 상충되기 때문에 갈등이 많이 된다. 귀가 팔락 거려서 중구난방의 concern을 다 반영하다보면 논문의 포커스는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반대로 내 고집대로 귀를 닫으면 논문은 어디에도 승인되지 못한다. 이 중간지점을 찾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한편으로는 재미있다. 사실 blind review가 아니라면 토론을 통한 논문 개선이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글을 잘 못쓰는 나지만 내 맘대로 풀어서 쓸 수 있는 초벌 작성은 어렵지 않다. 가장 어려운건 비판을 수용하고 그것을 논지의 주장에 어긋나지 않게 잘 선별하여 깔끔하게 수정해서 반영하는것. 그 보다 더 힘든건 비판을 받다보니 내가 한 일이 한없이 작아보일때 약점에 대한 변명거리를 생각해야만 할 때. 결국 그러면서 "에잇 세상에 완벽한 일이 어딨어! 다 구멍이 있는거지!" 하면서 자기위안 할때.

고3때 자율학습 시간에 교실뒤에서 풋워크를 연습했었다. 그게 다른 기술에 비해서 시끄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풋워크는 손을 바닥에 짚고 다리로 스텝을 밟기때문에 정말 잘해도 일반 대중들은 저게 뭐지? 한다. 거꾸로 서서 돌아줘야 대단하군.. 한다. 더욱이 난 그 때 초보였기 때문에 볼성 사나운 풋워크를 했다. 뒷 자리에 앉은 친구들은 그거 하지 말라고 비판을 했다. 노력에 비해 멋도 없고 그게 뭔짓이냐고.. 그때 상처 정말 많이 받았던것 같다. 하지만 풋워크는 비보잉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이고 기초였다. 기초를 쌓으며 배우는 과정은 비판이 따르게 마련이고 쉽사리 상처받고 본질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모든건 다 똑같다.

"글쓰는 것은 어느말로도 간단하지 않아요. 논리를 잘 정리하고
적절하게 서술해야하니까요. 가경이씨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도 많이 고민하면서 아직도 강의노트를 수정하고 있어요.
근데 좋은 표현을 몇개 찾았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
 ---- 가경이 일본인 지도교수님이 가경이에게 보낸 글 중에서


posted by shinyroot